시선의 폭력성과 변화하는 개인주의의 새 패러다임(2)

서울지부

시선의 폭력성과 변화하는 개인주의의 새 패러다임(2)

건강한 개인주의의 종착을 위하여

서울 12기 – 5월 오션
김장원, 김세빈, 김나현, 마주은, 서민규, 이하린, 이희주

지난 글에서 개인주의와 시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험 설계와 사전 설문에 대한 내용을 진행하였다. 이제 실제 현장에서 수행한 실험 및 관찰, 인터뷰 결과를 소개하면서 그 내용을 분석하도록 할 것이다.

실험내용과 결과

한강에서 혼자 치맥하기

실험은 앞서 결정한 네 가지의 세부 주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주의 확산으로 인해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른 “나홀로 문화”의 대표적 예시인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시선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한강 여의나루 공원에서 직접 혼밥을 해보았다. 실제로, 조원 중 한 명이 사람이 많은 잔디밭 쪽에서 혼자 치킨과 맥주를 약 10분 동안 먹었고 그 모습을 두 대의 실험카메라로 촬영하였다.

3조 조원 중 한명이 실제로 한강에서 혼자 치맥을 하고 있는 모습

근접한 촬영은 자칫 시민들로 하여금 정확한 반응을 유도할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했었기 때문에, 비교적 먼 거리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표정 혹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비언어적 행동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머지 세 가지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확실히 초반에는 왜 혼자 왔을까하는 의구심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응시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그래서 약 10분후에 실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던 시민들과 인터뷰를 해 “혼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 인터뷰는 사전에 미리 동의를 구했고, 탐구 주제와 관련된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장소 : 한강 여의나루 공원, 답변자 : 50대 초반 여성>

Q. 아까 저희 조원이 혼자 치맥을 먹기도 했지만, 만약 혼자 누가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걸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일 것 같으세요?

A. 쓸쓸해보여. 저 사람이 죽으면 어떡할까… 좀전까지 요옆에 한 사람이 혼자 먹고 있는거야. 만약에 저렇게 먹다가 왜 사람이 술을 먹으면 행동의 변화가 있을수도 있잖아. 저러다 뛰어들면 어떡할까 우리가 구해야할까, 말아야할까? 그런 생각…

Q. 나도 모르게 자꾸 쳐다보게 되고 그러신가요?

A. 응, 의식이 가지 혼자 오니까……

조금은 예상했던 대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동정심이 생겼다고 답한 여성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답변자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안 좋은 생각이 들고 계속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가게 된다”며 혼밥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교복입고 피임 기구 구매하기

두 번째 주제인 “교복입고 피임 기구 구매하기” 의 실험카메라는 총 두 곳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 내부와 아파트 단지 근처의 편의점이었다. 실험자가 미성년자로 보일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줄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마트에서는 주로 직원들에게는 콘돔(피임이나 성병예방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의 위치를 물어보며 그 반응을 관찰하였다. 우리는 관찰했던 모든 상황에서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제품의 위치를 알려주며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반응을 목격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뷰에 응해준 직원은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제품 근처 진열대 근처에서 머뭇거리는 실험자를 본 고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의 효율성을 따져가며 추천해주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다음 실험 장소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편의점이었다. 마찬가지로 실험자는 교복을 입고 자연스럽게 콘돔의 위치를 물어보며 제품을 구입하였다. 여건 상 매장 내의 촬영이 불가해 시선의 폭력성을 카메라로 뚜렷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매장 직원의 인터뷰를 받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였다. 아르바이트생은 연령대가 조금 높았던 50대 후반의 남성이었는데, 타 고객의 초상권 침해를 고려해 인터뷰는 매장 밖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뷰장소 : 여의나루역 근처 아파트단지 편의점, 답변자 : 50대 후반 남성>

Q. 아까 교복 입은 학생이 콘돔을 살 때 어떠셨나요?

A. 심부름 온 줄 알았어요.

Q. 원래 학생들이 저렇게 사는 게 합법인가요?

A. 나는 현재 술과 담배만 안 팔면 되지, 저런 거는 아직 제재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저걸 제재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요. 근데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게 아닌가?

Q. 저렇게 학생이 피임기구를 구매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아무래도 시선은 안 좋았어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윤리적인 사상이 있어서 인식은 안 좋았어요. 그래서 저 학생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됐어요. 좀 학교생활에 있어서 거친 학생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아무래도…

답변자를 비롯한 사전 설문조사의 전체 응답자 중 30%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미성년자의 피임기구 구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들 중에는 미성년자가 피임기구를 구매하는 행위는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로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있어서 구매에 대한 연령제한은 없다.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인식과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은 심리적인 압박, 부담, 심지어는 죄의식까지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콘돔을 구매하는 행위를 꺼려하고 결국 중요한 피임기구로의 접근을 잃고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은 간과되어서는 안 될 사실이다.

남자가 생리대 구입하기

“남자가 생리대 구입하기” 는 앞서 진행했던 실험 장소와 동일한 마트에서 진행하였다. 두 명의 남성 실험자가 번갈아가며 생리대 코너에서 생리대를 고르는 모습을 촬영하고, 주변인의 반응을 관찰했다. 주 고객층은 여성이었으며, 실험자와 마찬가지로 생리대를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진열대 근처에 접근한 사람들이었다. 그 여러 고객들 중 특히 실험자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그가 묻는 질문에 유독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던 한 여성과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 장소 : 여의도역 근처 이마트, 답변자 : 40대 중반 여성(주부)>

Q. 아까 그 남자분이 생리대 구매하는 걸 보셨잖아요, 딱 그냥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드셨나요?

A. 그냥 심부름 왔다, 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요즘은 참 착한 사람이 많구나….그런 심부름 까지 하니까..

Q. 그러면 오늘 말고도 다른 날에도 이렇게 다른 남자분들이 생리대를 구입하는 걸 보신적이 있으세요?

A. 저는 제 남편한테도 사달라고 하는 편이라…네

Q. 그럼 이런 남성이 하는 구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편이세요?

A. 네 그건 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필요에 의해서 사는 거니까..

“남성이 생리대를 구매하는 것” 에 대해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설문조사처럼, 답변자 또한 구매행위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남성이 직접 사용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대신 구매해주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특히 그런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실험자를 단독으로 인터뷰 했을 때, 그는 “생각보다 더 주변인들의 시선이 많이 느껴졌고,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창피한 기분을 가졌다” 고 답했다.

성소수자 커플

시선 폭력과 관련된 문제 중에 어찌 보면 가장 인권문제와 밀접한 성소수자 커플 실험은 “혼밥” 촬영 장소와 동일한 한강 여의나루 공원에서 가장 조명이 화려하고 커플들이 많이 밀집하는 유람선 앞쪽에서 진행되었다. 남자 실험참가자 두 명은 커플들과 시민이 많이 밀집한 쪽에서 의도적인 스킨쉽과 애정행각을 보였고, 주변인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손을 잡을 때부터 다른 실험들과는 다르게 호기심어리고 의심쩍은 시선이 두드러지게 포착되었다. 그 중에는 눈에 띌 정도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응시하는 시선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 반응을 보였던 시민들은 대부분 인터뷰 자체를 꺼려하며 응해주지 않았다. 반면, 직접 실험을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성소수자 커플에 대한 의견을 소신 있게 들려준 시민도 있었다.

<인터뷰 장소 : 한강 여의나루공원, 답변자 : 30대 중반 남성(회사원)>

Q. 평상시에 성소수자커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아 뭐, 그런 거는 뭐 존중은 되야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사실 저는 이성애자지만. 뭐 평소에 존중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태원이나 이런데 가면 그런 성소수자커플 많이 볼 때도 있고 그런데, 뭐 자기들이 좋으면, 되는 거니까.

Q. 평상시에 그런 분들을 목격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나올 수 있는 시선 같은 게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경험은 없으세요?

A. 그냥 저분들은 동성애자커플인가보다 하고 지나가는 편이에요.

Q. 음, 우리나라가 아무리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그런 커플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잖아요.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A. 아까 말한 거랑 논지는 똑같은 거 같은데, 그런 거 같은 경우는 뭐가 싫다 좋다의 문제이기 보다는 존중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람 시선들이 조금은 존중의 문화로 좀 가야 하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설문조사에서도 성소수자와 관련된 의견이 가장 대립이 심했던 만큼, 어느 정도는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을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답변자와 같이 자유주의적인 사상에 기반해서 성소수자들을 다수자집단과 동일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역으로, 실험자 커플을 대놓고 빤히 응시하며 수군거리는 등 상대방의 동의도 없고 원치 않는 시선을 직·간접적으로 내뿜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점은 안타깝기만 한 현실이었다.

성소수자들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결국 실질적으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시선 폭력은 “가치의 중립성”을 기본 전제로 하는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패러다임에 어긋날뿐더러, 타인의 영역에 침범해 상대방의 주체성을 박탈시키는 행위이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개인은 참여시키고 다른 개인은 배제하는 원칙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가치의 중립성과 모순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개인의 평등성에 입각한 비배제성을 존중하고, 실현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바야흐로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마다 개성이 넘쳐나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다. 타인에 의해 고유의 정체성이 침해받지 않고,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시선의 폭력성” 또한 동일한 맥락이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시선의 자유도 있지만 반대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도 있다. “시선은 권력이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주장한 말이다. 라캉에 따르면 많이 보는 사람은 권력자가 되고 반대로 보여지는 사람은 종속자가 된다. 즉, 일방적·공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권력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이 상대방을 좌절시키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수 세기 동안 고정적으로 지켜져 왔던 집단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순식간에 우리의 이상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변혁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각종 설문조사와 실험,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적지 않은 시선폭력을 직접 목격했고, 관찰했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그들과의 차이 속에서 공존하려는 모습 또한 발견했던 점이 가장 큰 확신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타인의 인권과 자유를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며 동시에 연대의 가치를 중시하는 건전한 연대적 개인주의가 정착되어 보편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open

참고자료

  1. 김동노. 『개인주의, 공동체주의, 그리고 한국사회의 공공성』, 한국사회이론학회, 2014
  2. 박진의. 『1인가구 소비트렌드 및 솔로이코노미의 성장』, KT 경제경영연구소, 2016
  3. 박진아. “콘돔은 ‘성인용품’ 아닌데… 청소년 피임 막는 쾌락통제법” Ohmynews, 2017년 5월 15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2269
  4. “IssueMaker” http://blog.naver.com/issue7177/220854720332
  5. 정재민. “초여름 성큼 가벼워진 옷차림…’시선폭력’을 아시나요?” news1 뉴스, 2017년 5월 6일
    http://news1.kr/articles/?2986396
  6. 변효선. “시선의 폭력…공익방송, 불행을 팔다” Skyedaily, 2017년 1월 3일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5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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